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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14일 주님 만찬 성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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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입대 후 신병교육대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납니다. 부식으로 건빵을 주었는데, 정해진 시간에 다 먹지 않으면 수거해가는 것입니다. 너무 배가 고팠기 때문에 남은 건빵이 아까워서 몰래 숨겼습니다. 그러나 떳떳하게 건빵을 꺼내서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혹시라도 조교가 알게 되면 저 때문에 전체 얼차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밤에 화장실에 가서 건빵을 몰래 먹었습니다.


이 화장실이 지금처럼 깨끗한 수세식 화장실이 아니라, 냄새가 아래에서 풀풀 올라오는 재래식 화장실입니다. 배고프면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아마 대부분 인상을 찌푸리면서 “더러워. 그렇게라도 먹고 싶을까?”라고 말씀하실 것입니다.


현재, 화장실에서 당연히 무엇을 먹지 않습니다. 더럽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화장실보다 더 더러운 곳에서 음식을 먹고, 또 그 더러운 것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먹기도 합니다. 화장실 변기 옆에서 그리고 변기를 바라보며 음식을 먹는 것과 같습니다. 바로 스마트폰이라고 하지요. 스마트폰에 붙어 있는 세균은 화장실보다 18배 많다고 합니다.


스마트폰은 우리 삶에 매우 유용하지만, 세균 덩어리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가까이 있으면서 유해성을 잘 모릅니다. 그런데 우리가 가지고 있는 욕심과 이기심도 그렇지 않을까요? 하느님 나라에 가는 데 커다란 걸림돌인데도 이 죄의 유혹을 끊지 못합니다.


하느님 나라의 성격은 사랑과 봉사의 나라이지 권력과 통치력으로 아랫사람들을 부리는 나라가 아닙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직접 겸손과 사랑의 일치를 직접 모범으로 보여주십니다. 바로 제자들의 발을 직접 닦아 주시지요.


이들은 아직도 세상의 기준에 맞춰서 살고 있었습니다. 여전히 높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서로 말싸움하기도 하고, 실제로 유다 이스카리옷은 예수님을 은전 30냥에 팔아넘겼습니다. 그 모든 사실을 이미 알고 계셨지만, 끝까지 사랑을 보여주셨습니다


사랑은 자기를 낮추는 겸손한 자세에서만 가능합니다. 그래서 무릎을 꿇고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셨습니다. 당신을 따르는 사람은 권력 지향의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솔선해서 사랑을 실천하고 자신을 낮추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주님이며 스승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었으면,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어야 한다. 내가 너희에게 한 것처럼 너희도 하라고, 내가 본을 보여 준 것이다.”(요한 13,14.15)


예수님의 이 모범을 따르고 있습니까? 눈에 보이는 세상의 것을 쫓는 삶이 아닌,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것을 쫓아야 합니다. 서로 발을 씻어 주어야 합니다.



오늘의 명언: 준비하지 않는다는 것은 실패할 준비를 하는 것이다(벤자민 플랭클린).



빠다킹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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