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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11일 성주간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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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12,1-11 


이 여자를 그냥 놔두어라. 그리하여 내 장례 날을 위하여 이 기름을 간직하게 하여라. 


내 장례를 위한 준비 


신학생 때 로마에서 유학하는 중에 선배 신부님들과 동유럽 자동차 여행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프라하와 부다페스트 등 가보지 못했던 동구권의 분위기에 흠뻑 취할 꿈을 안고 교구차를 몰고 떠났습니다  


아침에 떠나 저녁이 다 되어가고 있었고, 우리는 이태리 북부 아름다운 고산지대를 통과하고 있었습니다. 이 때 섬광과 같이 무서운 생각이 스쳐갔습니다. 


‘앗! 여권을 안 가져왔네!’ 


저는 머뭇거리다 이 이야기를 꺼냈고, 순간 선배신부님들의 따가운 시선이 저를 향했습니다.  오랜 준비 끝에 떠난 여행이었지만 제가 여권을 가져오지 않은 바람에 함께 여행하는 우리 모두는 동구권 여행을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렇게 무언가 하나가 빠지면 절대 목표에 도달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그 무언가를 먼저 해결하지 못하면 절대 원하는 곳에 도달할 수 없습니다. 


하느님은 당신을 만나러 오면서 맨 손으로 오지 말라고 합니다. 이는 평소에 당신을 만날 준비를 하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만약 우리가 죽을 때 하느님 앞에 섰는데 맨 손이면 어떻게 할까요?  나에게 줄 것이 없느냐고 물어보는데 손에 쥔 것이 아무 것도 없다면 어떻게 할까요?

하늘나라의 문을 통과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포르치움꼴라 천사들의 어머니 성당에 있는 프란치스코에 관련된 벽화에 보면  프란치스코도 예수님 앞에 서서 같은 질문을 받습니다.  프란치스코는 너무 가진 것이 없어서 구슬 세 개만 꺼냅니다.  그것이 자신이 세운 세 수도원을 뜻합니다. 


예수님은 그것으로 넉넉하다고 하십니다. 그것은 자신이 아니라 당신을 위해 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마리아도 예수님의 죽음을 위해 귀한 향유를 바르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장례를 위해 바르는 것과 같습니다.

예수님은 당신에게 그런 봉헌을 해 준 이를 부활하시어 가장 먼저 만나러 오십니다.

예수님도 고마운 사람을 먼저 만나고 싶은 모양입니다.

당신을 위해서 무언가를 해 준 사람을 사랑하시는 것입니다.

마리아가 발라준 것은 향유입니다. 귀한 향유입니다. 사랑이고 봉헌이고 희생입니다.

예수님을 위해서 보여주는 모든 것이 바로 마지막 날을 위한 준비인 것입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미사’와 ‘이웃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미사 안에서 사랑과 희생과 봉헌과 감사와 찬미가 이루어지고, 이웃사랑 안에서 가장 보잘 것 없는 이를 도와주면 예수님께 봉사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야곱이 하란을 떠나 에사우를 만나러 올 때 걱정이 심했습니다.

왜냐하면 장자권과 그 복을 야곱이 가로채서 형 에사우가 자신을 해할지 몰라 달아났던 것이기 때문입니다. 


장인 라반으로부터 많은 재산을 얻게 되어 부자가 되었지만 그것이 형의 분노를 식게 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야곱은 먼저 식솔들을 많은 선물과 함께 여러 차례로 나누어 보냅니다.

에사우는 야곱을 만나기 전에 이미 야곱 가족의 인사를 받고 야곱의 선물을 여러 차례 받아야만 했던 것입니다

결국 에사우가 마지막으로 야곱을 만났을 때는 그런 선물들은 뭐 하러 미리 보냈느냐고 나무라면서 자기는 벌써부터 동생 야곱을 용서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과연 그 선물들과 인사가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했을까요? 


우리는 현재를 살고 있지만 우리 죽을 때 만나게 될 하느님께 선물을 미리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그 선물은 우리가 예수님을 위해 살 때 보내지게 되고

그분은 선물을 이미 많이 받은 채로 우리를 반가이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전삼용 요셉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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