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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11일 성주간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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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지인의 집에 초대받은 적이 있습니다. 처음 이 집을 방문한 것이라, 지인의 안내를 받으며 집을 구경했습니다. 그런데 방 하나가 완전히 클래식 음반으로 가득한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워낙 클래식 음악을 좋아해서 클래식 음반을 사들이는데 돈을 아끼지 않다 보니 이렇게 음반이 많아졌다고 하십니다.


저는 “많은 음반이 있으니 매일 다른 음악을 들으시겠어요?”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의외의 말씀을 하시는 것입니다. “음반수가 너무 많아서 늘 선택에 어려움을 느낍니다.”


결국 다양한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니라, 듣는 음악만 듣게 된다고 하십니다. 그래서 몇 년째 자리만 지키는 음반이 대부분이라고 하십니다.


선택지가 많으면 그만큼 다양한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사실 인간이 수용할 수 있는 선택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몇 개를 제외한 나머지는 욕심일 따름입니다.


세상을 살면서 너무 많은 선택을 하려고 했던 것이 아닐까 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서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있지만, 실제로 그 용도를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지요. 그래서 예수님께서 “사랑하라.”라고 하신 이유를 묵상합니다. 우리의 선택을 단순화시켜서 이 사랑 하나에 집중하라는 것입니다.


성주간 월요일인 오늘, 사랑에만 집중하고 있는 한 여인을 봅니다. 마리아는 순 나르드 향유 한 리트라를 가져와서 예수님의 발에 붓고 자기 머리카락으로 그 발을 닦아 드립니다. 이는 예수님께서 돌아가신 후 시체를 향유로 발라 염한 일의 예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녀는 성령에 이끌려 주님의 죽음을 맞이하는 예비 행사를 한 것입니다. 그러나 제자 중에 예수님을 팔아넘길 유다 이스카리옷이 못마땅해하는 말을 합니다.


“어찌하여 저 향유를 삼백 데나리온에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 주지 않는가?”(요한 12,5)


향유의 가격 삼백 데나리온은 당시 노동자 하루 품삯이 한 데나리온이라고 할 때, 삼백일 치의 품삯에 해당하는 거금이었습니다. 마리아는 주님께 대한 사랑의 표시로 이 돈을 쓴 것입니다. 그에 반해 유다는 세속적인 관점으로 부정적인 말을 한 것이지요.


실제로 유다는 예수님을 은 30냥에 팔아넘깁니다. 은 1냥에 4데나리온에 해당하니, 거의 120일 치의 품삯에 판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은 30냥은 당시 노예를 팔 때 받는 가격이었습니다. 즉, 예수님을 노예 취급했던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마음이었으니, 마리아의 행동을 옳게 볼 수 없었던 것입니다.


사랑에만 집중하면 세상의 기준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세상에 집중하다 보면 사랑을 보지 못하게 됩니다.



오늘의 명언: 누구나 세상을 바꾸려고 생각하지만, 스스로 변하려고 생각하는 이는 없다(레프 톨스토이).



빠다킹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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